중환자실 환자의 집중치료 경험 및 관련 요인: 이차분석 연구
Intensive Care Experience of Critical Care Patients and Its Related Factors : A Secondary Analysis Study
Article information
Trans Abstract
Purpose
This study investigates the experiences of patients in intensive care units (ICUs), and the factors influencing these experiences.
Method
We used a cross-sectional survey design to analyze previously collected cohort data from 891 patients who spent over 24 hours in 19 ICUs across four university hospitals in Busan, South Korea between June 2019 and July 2020. Within a week of ICU discharge, participants completed the Korean version of the Intensive Care Experience Questionnaire, covering four areas: “awareness of surroundings,” “frightening experiences,” “satisfaction with care,” and “recall of experiences.” We used multiple linear regression to identify factors associated with the ICU experience.
Results
Low income (β = -.08, p = .016), unplanned hospitalization (β = -.09, p = .006), sedation (β = -.16, p < .001), and delirium (β = -.15, p < .001) reduce patients’ awareness of their surroundings. Frightening experiences are associated with being female (β = -.07, p = .027), experiencing delirium (β = -.15, p < .001), and longer stays in the ICU (β = -.14, p < .001). Using sedatives decreases satisfaction with care (β = -.08, p = .048). Living alone (β = -.08, p = .013) and using painkillers (β = -.08, p = .020) reduces recall of experiences.
Conclusion
Negative ICU experiences are significantly associated with being female, living alone, lower income, unplanned admission, using sedatives and painkillers, delirium, and longer stays in the ICU. Thus, improving ICU experiences requires interventions that address modifiable factors, such as delirium, medication, and length of ICU stays.
I. 서 론
1. 연구의 필요성
중환자실은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하여 집중적인 처치와 돌봄을 제공하는 간호단위이다. 중환자실 생존율은 의학의 발달과 함께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중환자실 입원환자들의 경험이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환자가 중환자실에 입원하게 되면 가족과 분리된 낯선 공간에서 두려움과 불안을 느끼기도 하고, 24시간 지속되는 소음과 밝은 조명으로 인하여 고통, 혼돈과 같은 부정적인 정서를 느끼기도 한다[1,2]. 환자들은 자신이 직접 겪는 경험 이외에도 주변 환자의 위기 상황과 사망을 목격함으로써 죽음에 대한 공포, 위협감을 간접적으로 경험한다고 알려져 있다[3,4]. 중환자실 경험에 관한 질적 연구는 중환자실 입원을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시시각각 찾아오는 위협에 대해 온몸으로 두려움과 불안을 경험하며 뭔가 안전하지 못하고 편치 않음으로 인한 본능적인 분투와 견딤의 과정”으로 묘사하였다[2].
국내외 선행연구에서 중환자실에서의 집중치료 경험은 퇴원한 후에도 오랜 기간 잊혀지지 않고 생생하게 떠올라 환자들을 괴롭히는 것으로 보고하였다[5,6]. 중환자실의 부정적인 경험은 섭식장애, 수면 장애 등의 신체적 건강 문제와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불안, 부정적인 감정, 자존감 저하 등 정신 심리적 건강 문제, 집중력 장애, 기억력 장애 등의 인지적 건강 문제를 포함하는 집중치료 후 증후군의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5,7,8]. 집중치료 후 증후군은 질병으로부터의 회복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퇴원 후 환자와 가족의 삶의 질을 낮추는 한편 의존성 증가, 직장 복귀 어려움, 경제적 문제 등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6-9]. 이처럼 중환자실 입원환자의 장기적인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환자실에서의 집중치료 경험을 확인하고 관련 요인을 파악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외 중환자실 환자에 관한 질적 연구들에서는 중환자실 경험이 대부분 부정적임을 보고하고 있다[1-3]. 집중치료 경험의 관련 요인을 살펴보면, 터키의 선행연구는 남성이고, 비계획적으로 중환자실에 입원했고,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았고, 통증이 있는 경우 집중치료 경험이 부정적이라 보고하였다[10,11]. 반면, 영국의 선행연구는 연령이 낮고, 여성이고, 중환자실 입원 기간이 길수록, 총 재원 기간이 길수록 집중치료 경험이 부정적이라고 보고하였다[12-14]. 이처럼 중환자실 집중치료 경험의 관련 요인에 관한 연구 결과는 일관적이지 않다. 더욱이 국내 선행연구는 중환자실 환자의 섬망 경험[4], 중환자실 입원환자의 경험[15], 환자 가족의 중환자실 일기 체험[16] 등 질적 연구가 대부분으로 결과의 일반화가 제한적이다[17].
집중치료 경험을 향상시킬 수 있는 중재방안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표준화된 도구를 이용한 객관적인 집중치료 경험 평가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18]. 국외에서는 중환자실 환자의 집중치료 경험과 관련 요인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게 보고되고 있지만[10-14], 국내에서는 관련 양적 연구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표준화된 도구를 사용하여 중환자실 환자의 집중치료 경험을 파악하고 관련 요인을 확인함으로써 향후 중환자실 환자들의 장기적 건강 결과 향상을 위한 중재 개발에 기반을 제공하고자 한다.
2. 연구목적
본 연구의 목적은 중환자실 환자의 집중치료 경험 및 관련 요인을 파악하는 것으로 구체적인 목적은 다음과 같다.
1) 중환자실 환자의 집중치료 경험을 파악한다.
2) 중환자실 환자의 특성에 따른 집중치료 경험의 차이를 파악한다.
3) 중환자실 환자의 집중치료 경험 관련 요인을 파악한다.
II. 연구 방법
1. 연구 설계
본 연구는 이미 구축되어 있는 코호트 자료를 이용한 이차분석 연구이자, 중환자실 환자의 경험 및 관련 요인을 분석한 횡단적 조사연구이다. 일차 연구는 “중환자실 퇴원환자의 집중치료 후 증후군 위험요인과 장기적 결과에 관한 다기관 코호트 연구”이다(CRIS 등록번호: KCT0004045).
2. 연구 참여
본 연구의 참여자는 한국 B 광역시 4개 대학병원의 19개 중환자실 입원환자 891명이다. 일차 연구에서는 2019년 6월 1일부터 2020년 7월 31일까지 해당 중환자실 게시판에 공고문 게시와 안내문 배포를 통하여 참여자를 공개 모집하였다. 선정 기준은 만 18세 이상 성인이며 중환자실에 24시간 이상 입원한 자, 중환자실 치료를 받은 후 생존하여 퇴실한 자이다. 제외 기준은 1년 이내에 중환자실에 재입원한 자, 중환자실 입원 전 정신질환을 진단받은 자, 중환자실 입원 전 신체적 혹은 인지적 장애 등급을 받은 자,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자이다.
3. 연구 도구
1) 참여자 특성
본 연구에서는 다음과 같은 인구학적 특성 및 치료 관련 특성을 조사하였다: 성별, 나이, 직업, 가계 월 소득, 동거가족 유무, 계획된 중환자실 입원 여부, 중환자실 입원 경로, 중증도, 중환자실 입원 중 진정제, 진통제 사용 여부, 인공호흡기 치료 여부, 심폐소생술 시행 여부, 신체 보호대 적용 여부, 섬망 발생 여부, 중환자실 입원 기간.
중증도는 병원마다 측정 도구(APACHE Ⅱ, SAPS)가 달라 표준화하여 분석하였다.
2) 집중치료 경험
참여자들의 집중치료 경험은 한국어판 집중치료 경험 측정 도구인 Korean version of Intensive Care Experience Questionnaire(K-ICEQ)로 측정하였다. K-ICEQ 는 영국에서 개발한 Intensive Care Experience Questionnaire(ICEQ)를 한국의 의료적인 상황 및 문화에 맞게 번역하고 개작한 도구이며[12,19], 중환자실 환자를 대상으로 그 신뢰도와 타당도가 검증되었다[19,20]. K-ICEQ는 ‘주변에 대한 인식(Awareness of surrounding)’, ‘충격적인 경험(Frightening experiences)’, ‘치료에 대한 만족(Satisfaction with care)’, ‘경험에 대한 회상(Recall of experiences)’의 4가지 하부 요인, 26문항으로 구성된다.
각 문항에는 5점 Likert 척도로 응답하며 동의하는 정도를 묻는 문항과 빈도를 묻는 문항으로 이루어져 있다. 점수는 하부요인별로 계산하며 ‘주변에 대한 인식’, ‘치료에 대한 만족’, ‘경험에 대한 회상’ 요인은 점수가 낮을수록, ‘충격적인 경험’ 요인은 점수가 높을수록 중환자실 집중치료 경험이 부정적이라고 해석한다. K-ICEQ의 개작 당시 각 하부요인 신뢰도는 Cronbach's α=.76∼.93이었고[19], 본 연구에서 K-ICEQ의 하부 요인별 신뢰도 Cronbach's α는 ‘주변에 대한 인식’은.79, ‘충격적인 경험’은.79, ‘치료에 대한 만족’은.68, ‘경험에 대한 회상’은.46 이었다.
4. 자료 수집 방법
연구 참여자가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전실하면 1주 이내에 연구원이 병실을 방문하여 K-ICEQ를 조사하였다. 참여자가 스스로 설문지를 읽고 자가 응답할 수 있는 경우에는 자기기입식 설문조사를 진행하였고 직접 읽고 표기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연구원이 읽어주며 답하게 하였다. 참여자의 인구학적 특성과 치료 관련 특성은 전자의무기록을 통하여 수집하였다.
5. 자료 분석 방법
수집된 자료는 SPSS statistics 28.0.1.1 program 을 사용하여 분석하였다.
1) 인구학적 특성 및 치료 관련 특성은 기술 통계(빈도, 백분율, 평균, 표준편차)로 제시하였다. 중증도는 병원마다 측정 도구(APACHE Ⅱ, SAPS)가 달라 표준화하여 분석하였다.
2) 중환자실 집중치료 경험은 평균, 표준편차, 최솟값, 최댓값으로 제시하였다.
3) 참여자의 특성에 따른 중환자실 집중치료 경험의 차이는 t-test, one-way ANOVA로 분석하고, 사후분석은 Scheffe test로 하였다.
4) 중환자실 집중치료 경험에 대한 관련 요인을 파악하기 위해 다중회귀분석(multiple linear regression)을 시행하였다.
6. 윤리적 고려
본 연구는 코호트 자료를 활용한 이차분석 연구로 D 대학교 생명윤리 위원회(institutional review board, IRB)로부터 심의 면제를 받았다(2-1040709-AB-N-01-202304-HR-009-02). 참여자들은 연구 참여에 대한 서면 동의를 제공하였고, 본 이차분석을 위해 개인정보가 제거된 자료를 전달받아 사용하였다.
III. 연구 결과
1. 연구 참여자의 특성
참여자 891명의 평균 나이는 61.09±13.24세였고, 남성은 59.6%였다. 56.6%의 참여자는 직업이 없었고, 71.3%는 가계 월 소득이 300만 원 미만이었으며, 84.4%가 가족과 함께 거주 중이었다.
76.3%의 참여자는 중환자실 입원이 계획되어 있었고, 입원 경로 중 응급실을 통한 경우가 55.4%로 가장 많았다. 평균 중증도는 APACHEⅡ 11.79±6.56점, SAPS 34.48±16.29점이었다. 참여자의 32.3%가 중환자실 치료 기간 중 진정제를 투여받았고, 69.2%는 진통제를 투여받았다. 20.0%는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았으며 2.5%만이 심폐소생술을 받았다. 참여자 중 25.6%는 중환자실 치료 기간 중 신체 보호대를 적용하였고, 섬망이 발생한 경우는 15.7%였다. 참여자들의 평균 중환자실 입원 기간은 4.81±7.48일이었다(Table 1).
참여자들의 중환자실 집중치료 경험은 하부요인별로 ‘주변에 대한 인식’은 40점 만점에 32.80±5.50점, ‘충격적인 경험’은 45점 만점에 18.51±6.75점, ‘치료에 대한 만족’은 25점 만점에 19.41±2.66점, ‘경험에 대한 회상’은 20점 만점에 14.56±2.28점이었다(Table 2).
2. 참여자의 특성에 따른 중환자실 집중치료 경험의 차이
참여자의 특성에 따른 하부요인별 중환자실 집중치료 경험의 차이는 Table 3에 제시하였다.
‘주변에 대한 인식’은 성별, 나이, 가계 월 소득, 계획적 중환자실 입원, 중증도, 진정제 투여, 인공호흡기 치료, 신체 보호대, 섬망, 중환자실 입원 기간에 따라 유의한 차이가 있었다. 남성(t=-2.11, p=.035), 60세 이상(t=-2.26, p =.024), 월 소득 300만 원 미만(t=-3.33, p = .001), 중환자실 입원이 계획되지 않은 경우(t=-2.02, p=.044), 중증도가 높은 경우(t=-2.76, p=.006), 진정제 투여(t=-6.14, p <.001), 인공호흡기 치료(t=-4.68, p<.001), 신체 보호대 적용(t=-5.43, p<.001), 섬망이 있는 경우(t=-6.31, p<.001), 중환자실 입원 기간이 5일 이상일 경우(t=-3.85, p <.001) ‘주변에 대한 인식’이 유의하게 낮았다.
‘충격적인 경험’은 성별, 중증도, 진정제 투여, 인공호흡기 치료, 신체 보호대, 섬망, 중환자실 입원 기간에 따라 유의한 차이가 있었다. 남성보다 여성이(t=2.23, p =.026), 중증도가 높은 경우(t=4.37, p <.001), 진정제 투여(t=4.83, p<.001), 인공호흡기 치료(t=6.35, p<.001), 신체 보호대 적용(t=7.36, p <.001), 섬망이 있는 경우(t=6.98, p <.001), 중환자실 입원 5일 이상일 경우(t=7.40, p <.001) ‘충격적인 경험’이 유의하게 높았다.
‘치료에 대한 만족’은 중증도, 진정제 투여, 인공호흡기 치료, 신체 보호대, 섬망, 중환자실 입원 기간에 따라 유의한 차이가 있었다. 중증도가 높은 경우(t=-2.60, p=.009), 진정제 투여(t=-4.37, p<.001), 인공호흡기 치료(t=-3.66, p <.001), 신체 보호대 적용(t=-5.11, p <.001), 섬망이 있는 경우(t=-3.71, p <.001), 중환자실 입원 기간 5일 이상일 경우(t=-2.86, p =.004) ‘치료에 대한 만족’이 유의하게 낮았다.
‘경험에 대한 회상’은 동거가족, 중증도, 진정제, 진통제 투여, 인공호흡기 치료, 신체 보호대, 섬망, 중환자실 입원 기간에 따라 유의한 차이가 있었다. 동거가족이 없는 경우(t=-2.16, p=.031), 중증도가 높은 경우(t=-3.77, p<.001), 진정제 투여(t=-4.58, p<.001), 진통제 투여(t=-3.03, p=.003), 인공호흡기 치료(t=-5.00, p<.001), 신체 보호대 적용(t=-6.13, p<.001), 섬망이 있는 경우(t=-4.55, p<.001), 중환자일 입원 일수 5일 이상일 경우(t=-3.47, p=.001)에서 ‘경험에 대한 회상’이 유의하게 낮았다.
3. 중환자실 집중치료 경험의 관련 요인
중환자실 집중치료 경험의 관련 요인을 파악하기 위해 참여자들의 특성 중 단변량 분석에서 유의했던 변수들을 입력방식으로 투입하여 다중회귀분석을 시행하였다. 다중 회귀식 가정을 검정한 결과는 Durbin-Watson 통계량이 1.73-1.91로 2에 가까워 잔차의 자기 상관 문제가 없었고, 분산팽창지수(variance inflation factor, VIF) 범위는 1.01∼4.23으로 10 미만이므로 다중공선성으로 인한 문제 역시 없었으며, 산출된 회귀모형들은 통계적으로 유의하였다(F=5.49-15.14, p <.001).
다변량 분석 결과, ‘주변에 대한 인식’에 유의한 관련 요인은 적은 가계 월 소득(β=-.08, p =.016), 비계획적 중환자실 입원(β=-.09, p =.006), 진정제 투여(β=-.16, p<.001), 섬망 발생(β=-.19, p<.001)이었고, 이들 변수는 ‘주변에 대한 인식’ 변량의 9.2%를 설명하였다. ‘충격적인 경험’에 유의한 관련 요인은 여성(β=-.07, p =.027), 섬망 발생(β=-.15, p <.001), 5일 이상의 중환자실 입원 기간(β=-.14, p <.001)이었고, 이 변수들은 ‘충격적인 경험’ 변량의 10.0%를 설명하였다. ‘치료에 대한 만족’에 유의한 관련 요인은 진정제 투여(β=-.08, p=.048)로 변량의 2.9%를 설명하였다. ‘경험에 대한 회상’에 유의한 관련 요인은 동거가족이 없는 경우(β=-.08, p =.013), 진통제 투여(β=-.08, p =.020)였고, 이 변수들은 ‘경험에 대한 회상’ 변량의 4.9%를 설명하였다(Table 4).
IV. 논 의
본 연구에서 중환자실 입원환자 891명의 집중치료 경험을 분석한 결과 소득이 낮을수록, 계획되지 않은 중환자실 입원인 경우, 진정제를 투여받은 경우, 섬망이 발생한 경우에 ‘주변에 대한 인식’이 낮았다. 여성, 섬망이 발생한 경우, 중환자실 입원 기간이 길수록 ‘충격적인 경험’이 높았다. ‘치료에 대한 만족’은 진정제를 투여받은 경우, ‘경험에 대한 회상’은 동거가족이 없으며, 진통제를 투여받은 경우에 낮았다.
ICEQ로 측정한 중환자실 환자의 집중치료 경험을 보고한 국외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호주 연구[8]의 ICEQ 점수는 본 연구와 유사하였다. 그러나, 터키 연구[10]의 경우 모든 하부영역에서 본 연구보다 더 부정적인 집중치료 경험을 보고하였다. 이는 본 연구 참여자들에 비하여 터키 연구의 참여자들의 비계획적 중환자실 입원의 비율이 더 높고, 중환자실 재입원 환자를 포함했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국내 중환자실 경험에 관한 질적 연구들이 주로 부정적인 측면을 보고한 것에 비하여[2-4], 본 연구에서 참여자들의 ICEQ 4개 하부요인들의 평균 점수는 평정척도의 부정적인 쪽보다 긍정적인 쪽에 가까웠다. 질적 연구는 연구자가 탐색하고자 하는 현상을 경험한 참여자들의 어려움, 내재된 문제점, 갈등을 드러내는 연구 방법[17,21]이고, 본 연구의 경우 일반적인 중환자실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연구이었으므로 중증도가 높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제외되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일 수 있다.
참여자들의 집중치료 경험을 하부요인별로 살펴보면 ‘주변에 대한 인식’은 소득이 낮거나, 비계획적인 중환자실 입원인 경우, 중환자실 입원 기간 중 진정제를 투여한 경우, 섬망을 경험한 경우에서 낮았다. 소득의 경우 아동과 노인을 대상으로 한 선행연구에서 소득이 낮을수록 인지 능력이 낮다고 보고한 바 있다[22,23]. 그러나 이 연구들의 결과는 본 연구와 대상자가 달라 직접적인 비교가 어려우므로 중환자실 환자를 대상으로 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비계획적인 중환자실 입원이 중환자의 집중치료 경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는 것은 선행연구에서도 보고된 바 있다[10]. 비계획적 입원환자는 패혈증, 호흡 정지, 심정지 등 생명을 위협하는 장기기능 장애의 가능성이 높아 계획적으로 입원한 환자에 비해 인공호흡기 치료와 중환자실 입실 기간이 더 긴 경향이 있으며[6]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처치와 장비들이 오히려 부정적인 환자 경험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10,24].
진정제의 경우 요르단에서 시행한 선행연구[25]에서도 유사한 결과를 보고하였다. 진정 치료는 원활한 인공호흡기 치료와 뇌압 감소 등을 위해 많은 중환자실 환자들에게 필요하다[26]. 하지만 진정 치료 이후 의식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자신, 장소, 시간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흐려져 불안, 섬망을 유발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27,28]. 따라서 중환자실 간호사는 진정 치료과정에서 적극적으로 환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중환자실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섬망은 중환자실에서의 인식뿐만 아니라 중환자실 퇴원 후에도 장기적인 인지기능에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다[7]. ‘주변에 대한 인식’영역은 가족을 알아보거나 장소, 시간에 대해 인식하는지에 대한 문항으로 인지 영역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12,19]. 네덜란드에서 시행한 코호트 연구에서 섬망 환자는 섬망을 겪지 않은 환자에 비해 1년 후에도 인지기능이 저하될 확률이 약 3배 더 높다고 보고되었다[29]. 따라서 섬망 발생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결국 장기적인 인지기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본 연구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섬망이 발생한 경우, 중환자실 입원 기간이 긴 경우 더 ‘충격적인 경험’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섬망이 발생한 환자들은 중환자실 상황 왜곡하여 인식함으로써 중환자실 입원 기간 전반에 걸쳐 혼란, 공포와 같은 충격적인 경험을 한다고 보고되고 있다[30,31]. 중환자실 입원 기간이 길수록 중환자실 환자는 치료 장비에 더 많이 노출되고[11] 다른 환자들의 울음소리, 사망을 경험하면서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처럼 느끼고 죽음을 예감하는 두렵고 고통스러운 경험을 더 많이 하게 된다[3]. 이러한 충격적인 경험은 퇴원 후에도 스트레스로 인식하여 나아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를 유발할 수 있다[32]. 여성의 집중치료 경험이 남성보다 충격적이라는 결과는 요르단의 연구[33]와 일치하였다. 국내 중환자실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여자가 남자보다 PTSD의 발생 위험이 5.34배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여성이 남성보다 충격적인 사건과 관련된 생각을 반추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인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30]. 중환자실 퇴원환자를 대상으로 한 메타 분석 연구에서는 퇴원환자의 약 25%에서 PTSD가 발생하며 관련 요인으로 충격적인 집중치료 경험을 보고하였다[34]. PTSD는 일반적으로 만성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알려져 있어 ‘충격적인 경험’의 관련 요인을 신속하게 선별하여 중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치료에 대한 만족’은 진정제를 투여한 경우에 낮았다. 미국 중환자학회에서는 ABCDEF(Awakening, Breathing Coordination, Delirium monitoring/management, Early exercise/mobility, Family involvement) bundle 을 통해 얕은 진정과 주기적인 각성을 권고하고 있다[35]. 진정 치료 중인 환자들은 인공호흡기 치료 중이거나 신체 보호대 등의 이유로 자유롭게 움직이거나 말하지 못하는 상황을 경험하는데, 얕은 진정은 깊은 진정보다 중환자실 입원 기간과 인공호흡기 치료 기간을 단축하고 사망률을 낮추는 장점이 있다고 알려져 있어 대부분의 중환자실 환자들은 얕은 진정 하에 치료를 받고 있다[35]. 그러나 한 메타 분석 연구에 따르면 얕은 진정 상태에서 환자들은 깊은 진정에 비하여 통증은 물론 긴장과 불안 등의 감정을 더 괴롭게 인식할 수 있어 부정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36]. 따라서 중환자실 간호사는 진정의 깊이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정보제공과 의사소통, 정서적 지지와 같은 간호를 제공하여 진정 치료 환자의 요구를 충족시킬 필요가 있다[37].
‘경험에 대한 회상’은 동거가족이 없고, 진통제를 투여받은 경우에 낮았다. ABCDEF bundle은 가족의 참여를 권장하고 있다[35]. 가족 중심 간호는 가족 구성원들에게 의료 정보를 이해하고 의료진과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며[38] 환자가 중환자실 기억을 재구성하고 현실감각을 되찾을 수 있게 함으로써 환자의 정신건강과 중환자실 관련 기억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39]. 터키의 선행연구에서 통증이 있는 참여자가 통증이 없는 참여자보다 집중치료 경험을 덜 기억한다고 보고하였는데[10] 이는 본 연구 결과와 유사하다. 통증은 환각이나 악몽을 동반할 수 있고 그로 인해 진통제를 투여하면 진정 혹은 수면 상태에 이를 수 있으므로[23] 이들의 ‘경험에 대한 회상’은 낮을 수 있다. 또한, 진통제는 의식 수준 저하, 환각 등의 중추신경계 부작용과 섬망 등의 부작용이 있으므로 환자의 기억 재구성과 회상에 영향을 미쳤으리라 사료된다[23].
본 연구에서 집중치료 경험의 관련 요인으로 관찰된 개인적인 특성은 성별, 동거가족 유무, 월 가계소득, 비계획적 중환자실 입원이었다. 긍정적인 집중치료 경험을 위해 중환자실 입실시 이러한 관련 요인이 있는 환자에게 선제적 평가와 예방적 간호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또한, 치료과정에서 불필요한 진정제, 진통제 사용을 줄이고 환자와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시도하여 섬망 발생을 예방하고 중환자실 입원 기간을 줄이는 노력을 통해 집중치료 경험을 향상시켜야 한다.
본 연구에서 진정제 투여와 섬망은 단변량 분석에서 모든 하부요인, 다변량 분석에서는 2개의 하부요인과 유의한 관련이 있었다. 이는 2018년 미국 중환자 의학회에서 발표한 PADIS(Pain, Agitation/sedation, Delirium, Immobility, Sleep disruption) guideline의 내용과 부합되는 결과이다. PADIS guideline은 진정 치료시 진정 평가 척도를 사용하여 불필요한 진정 치료를 피하고 얕은 진정을 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적절한 진정의 깊이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져 있지 않아 진정 치료 깊이와 관련된 연구 결과가 일관적이지 않다[40]. 이에 진정의 깊이에 따른 집중치료 경험과 결과에 관한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섬망은 CAM-ICU(Confusion Assessment Method for the Intensive Care Unit)와 같은 선별도구를 사용하여 조기 발견하고 적극적으로 중재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40]. 국내 중환자실 섬망에 관한 선행연구에서 중환자실 의료진은 섬망의 적극적 중재가 필요함을 인식하고 있으나 섬망 환자 간호 시 어려움을 느끼며 섬망 사정 도구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고 사정 결과가 불일치하다고 느낀다고 보고 하였다[41]. 또 다른 선행연구에서는 국내 중환자실 간호사들의 섬망 간호 자신감, 중요도 인식, 지침 유무가 섬망 간호 수행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보고되었다[42]. 따라서 적절한 사정 도구 사용과 중재 프로토콜을 개발하여 반복 교육과 훈련을 시행함으로써 중환자실 간호사의 섬망 중재에 대한 자신감과 인식 향상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본 연구의 의의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중환자실 환자의 집중치료 경험을 표준화된 도구를 사용하여 4가지 영역으로 나눠 포괄적으로 분석하고 관련 요인을 고찰하였다는 데 있다. 본 연구의 결과는 추후 다양한 중환자실 환자의 건강 문제 예방을 위한 중재 개발과 관련된 연구의 효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그러나 본 연구에는 몇 가지의 제한점이 있다. 첫째, 본 연구에서 사용한 도구인 집중치료 경험 중 ‘경험에 대한 회상’ 요인이 신뢰도가.46으로 다소 낮았다. 본 연구에서는 중환자실 퇴실 후 1주일 이내 환자만 응답하였으며 중환자실 퇴실 후 1주일 이내 참여자들은 인지 능력이 회복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43]. 그 때문에 집중치료 경험의 회상을 측정하기에는 경과 기간이 짧아 본 연구의 결과 중 ‘경험에 대한 회상’의 신뢰도가 낮은 원인의 일부가 되었을 수 있다. 따라서 추후 연구에서는 중환자실 퇴실 후 경과 시기를 늘려서 분석할 필요가 있다. 둘째, 중환자실 집중치료 경험 하부요인별 회귀모형의 설명력이 2.9%∼10.0%로 다소 낮았다. 이는 이미 수집된 코호트 자료를 이용하여 이차 분석하였으므로 관련 요인 변수를 충분히 조사하지 못하였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예를 들어 진정제의 경우 진정제의 투여 여부만을 수집했을 뿐 진정 치료의 방법, 기간, 용량에 관련 자료는 이용할 수 없었다. 또한, 이미 수집된 관련 요인 변수 이외 더 많은 변수가 종속변수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셋째, 본 연구의 일차 연구인 코호트 연구는 전국이 아닌 일 지역 4개 병원에서 구축되었으므로 연구 결과를 확대 적용하는 데 주의가 필요하다.
V. 결론 및 제언
본 연구에서 중환자실 환자의 집중치료 경험과 관련 요인을 분석한 결과 여성, 동거가족이 없고, 소득이 적을수록, 비계획적 중환자실 입원, 진정제 투여, 진통제 투여, 섬망 발생, 중환자실 입원 기간이 길수록 중환자실 환자의 집중치료 경험이 부정적인 것으로 관찰되었다. 중환자실 입원환자 중 관련 요인을 가진 환자에게는 중환자실 집중치료 경험을 향상시키기 위한 전략적 간호가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특히 조절 가능한 요인인 적절하지 않은 진정제 투여와 섬망 발생의 예방을 위해 조기에 환자를 발견하고 적절한 중재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
이상의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첫째, 중환자실 집중치료 경험에 미치는 구체적 위험요인을 규명하기 위하여 다양한 위험요인들을 포함하여 연구할 필요가 있다. 둘째, 지역과 규모를 확대하여 중환자실 집중치료 경험과 관련 요인을 규명하기 위한 반복연구를 제언한다. 셋째, 진정 치료 중인 환자의 집중치료 경험을 향상시키기 위해 진정의 깊이에 따른 환자 경험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중환자실 집중치료 경험의 긍정적인 변화를 위해 조기 사정과 중재의 프로토콜 개발을 제언한다.